나의 좌표는 시작부터 어긋나 있었다.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스페인 여행 중 예기치 못하게 세상에 나와 '안토니오'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국인의 얼굴에 이국적인 이름을 달고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 "너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라는 물음은 지워버리고 싶은 낙인이었다. 결국 평범한 이름으로 개명하며 풍경 속에 녹아드는 듯 보였지만, 나는 여전히 이방인의 감각을 내면 깊숙이 품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시작은 같아도 자라나는 모양은 제각각이다. 울창한 숲(사회)의 일원이 되려 하지만, 어떤 존재는 안으로부터 썩어가고,
어떤 존재는 적응하지 못한 채 비틀린다. 나는 매끄러운 전경 속에 숨겨진, 규격에서 벗어난 비정형의 형태와 질감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이를 결함이라 부를지 모르나, 내게 그것은 거대한 질서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려 했던 처절한 성장의 기록이다.
작업은 이 어긋난 궤적들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포개는 과정이다. 대상의 근원적인 형태와 세월에 의해 변형된 거친 질감을
이중합치 기법으로 결합한다. 하나는 변하지 않는 존재의 중심이며, 다른 하나는 외부와 충돌하며 깎이고 썩어버린 흔적이다. 두 층위를 겹치는 행위는 '안토니오'였던 기억의 심지와, 사회 속에서 일그러지며 버텨온 현재의 나를 이해시키는 시도이다.
비록 외형은 뒤틀렸을지언정, 중첩된 면들 사이에는 세상 무엇보다 단단한 자기만의 문양이 흐른다.
나는 이 낯선 질감들을 통해, 어긋난 좌표 위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만들어가는 존재들의 생명력을 기록하고자 한다